약 10년 전 쯤 홍콩여행을 간 적이 있다. 지금은 중년이 되어 귀에 대한 지출에 인색하지만 당시만 해도 틈만 나면 음반가게에 들러 새로운 음반이 들어온게 없나 확인하던 시절이다. 눈에 보이는 HMV를 보고 지나칠 수 없어 무작정 들어갔다. 클래식 코너에 들어가자 마자 발견한 음반이 있다.

수록된 곡을 확인하지도 않고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음반은 '아버지가 나에게 가르쳐 준 곡들(Songs My Father Taught Me)' 이다. 플라스틱 케이스가 일반적인 다른 CD와는 다르게 종이 케이스로 만들어져 있고 자그마한 시골길을 걷고 있는 Pepe Romero가 그려져 있었다. 그 느낌이 너무 좋아 자연스럽게 계산하고 빠져나왔다.

현대 기타리스트 중에 가장 지명도가 높은 페페 로메로(Pepe Romero)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아버지인 셀레도니오 로메로(Celedonio Romero)에게 기타를 배웠다. 이 음반은 기타를 배웠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연주해봤을만한 곡들과 셀레도니오 로메로가 작곡한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페페 로메로가 아버지에게 처음 기타를 배웠던 때를 회상하면서 제작된 것이라 짐작된다.

아버지인 셀레도니오 로메로는 스페인 태생으로 전통적인 바로크 음악보다는 플라멩고의 곡을 많이 연주해 왔다. 이 음반에는 그가 작곡한 곡이 16번~18번 트랙을 차지하고 있는데 다분히 플라멩고의 느낌이 충만하다. 특히, Danza 'Andaluza No.1.'은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곡이다.

이 음반을 듣고 있으면 음악보다는 이미지가 많이 연상이 된다. 아버지, 가을의 노란 시골길, 그리고 기타를 처음 배우던 시절이 생각난다. 예전에 이사를 하다가 케이스만을 남겨놓고 CD를 잃어버렸는데 우연치 않게 최근에 다시 발견하여 개인적인 느낌을 공유해 본다. 정통 바로크 음악을 선호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분위기겠지만 기타를 배웠던 분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곡들을 접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즐거운 음반이다.


01. Turina - Fandanguillo
02. Bach - Courante from Cello Suite No.3 in C
03. Bach - Prelude in c
04. Bach - Gavotte from Lute Suite in E
05. Schumann - Melodie
06. Schumann - Frohlicher Landmann
07. Schumann - Soldatenmarsch
08. Sor - Minuet No.6
09. Sor - Minuet No.7
10. Sor - Minuet No.5
11. Celedonio Romero - Estudio La Mariposa
12. Torroba - Madronos
13. Brahms - Waltz, Op.39 No.15
14. Schubert - Drei Duetsche Tanze
15. Chopin - Mazurka in G Sharp, Op.33 No.1
16. Celedonio Romero - Danza Andaluza No.1
17. Celedonio Romero - Guasa (Danza)
18. Celedonio Romero - Guajiras Cuban Fantasy
19. Emilio Pujol Villarrubi - Romanza
20. Llobet - El Testement d'Amelia
21. Llobet - El Noi de la Mare
22. Sor - Estudio XIX
23. Luis Milan - Fantasia XVI
24. Bach - Gavotta I & II from Cello Suite No.3 in C

* 음악은 저작권이 있는 관계로 따로 올리지 않겠습니다. http://jsuh.tistory.com/3251 에 가시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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