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때, Guitar는 내 인생의 전부에 가까웠다. 방학이 되면 사부(학교 선배였지만 우리끼리는 그렇게 불렀다)님이 운영하는 Guitar 학원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겨울에는 추위를 이기기 위해 석유 난로를 켜놓고 손을 녹인 기억이 생생하다.

여느때처럼 학원에 놀러갔는데 아무도 없었다. 친구들을 기다리면서 주위를 둘러보다 보면대에 '고성'이라는 제목이 써있는 악보가 펴져있는 걸 발견했다. 그 제목이 주는 강렬함에 이끌려 연주를 시작해보았다. 난이도가 어렵지 않았던 탓에 완주까지의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춘기 소년의 감성은 저음으로 시작되는 음악과 조그마한 연습실, 난로에서 나오는 파란색 불꽃이 잘 조합되어 꽤나 운치있는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었다.

그날의 기억 때문인지 이 곡을 듣고 있으면 항상 고요하면서 차가운 이미지가 떠오른다. 아무도 찾지 않는 고성을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근거없는 자신감마저 든다. 그 날도 오늘처럼 조용히 눈이 왔었다.



  1. Minu Park
    2012.01.06 15:19 신고
    저도 이곡 연습한 기억이 납니다. ^^
    전 리가도와 슬러에서 소리가 예쁘게 안나와서 연습할때 애 먹었는데... ㅎㅎ
    이곡을 들으니 바리오스의 대성당이 생각나내요.
    유투브 찾아봐야 겠어요.







기타사기 미션

음악이야기 Posted at 2011.03.27 23:55
대학교 1학년 때 동아리(클래식 기타 합주단) MT를 갔는데 선배가 "10년 후에 너희 중에 대부분은 기타를 치고 있지 않을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음대에서 기타를 전공하고 싶어했던 나로서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이야기였다.

그 당시 귀 담아 듣지도 않았던 이야기가 요즘 왜 자꾸 생각나는지 신기하다.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기타를 손에 잡은지 꽤 되어버렸다. 먹고 살것을 걱정하는 것을 보니 이제 어른이 되어버렸나 보다. 바흐와 비발디를 논하며 준비하던 연주회와 메탈리카와 랜디 로드의 속주에 감동 먹었던 신림동 음악 학원에서의 연습시간은 추억 저만치에 묻어져 있다.


지난 주에 집안 형님에게 갑자기 전화가 왔다. 교회에서 쓸 일이 있으니 기타 하나를 사서 보내달라는 부탁이었다. 미루고 미루다가 어제 재촉 전화를 받았다. 결국, 일요일 오후에 인터넷 검색을 하여 분당에 있는 '동신악기'를 찾아갔다. 악기를 고르는 것은 한 7~8년만인 듯 싶다. 희안하리만큼 가격에 비해 소리가 다 별로이다.

고르는 것마다 튜닝이 잘 되지 않거나 고음에서 음이 찢어지는 것 투성이다. 생각해보니 나에게 악기 가격 기준은 7~8년 전이기 때문인 듯 하다. 그 사이에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보니 20~30만원대 기타 사운드가 마음에 들리가 만무하다. 한 녀석이 사운드가 마음에 드는데 넥쪽의 줄이 떠 있어서 고민이 생겼다. 사장님이 보시더니 그 부분은 수리가 가능하다고 즉석에서 고쳐 주신다. 결국 60만원이라고 적혀져 있는 가격표를 50만원에 구매했다.


오랜만에 악기점에 갔더니 잊었던 감각이 다시 살아난다. 그래... 예전에 내가 그렇게 열정적으로 매달렸던 것이 있었구나.. 먹고 사는게 다는 아닌데 말이지... 근 4~5년만에 기타를 잡아 운지는 예전만 않지만 피킹은 나쁘지 않은 듯 하다. 오른손 터치는 다시 교정을 좀 해야겠다.

나름 사업 제휴도 해보고 큰딜도 하는 위치라 빈말에 크게 마음이 움직이지 않지만 오늘 악기점 사장님이 "진짜 잘 치시네요."라는 말에 괜히 호기도 생겨본다. 하드 케이스 안에 있는 기타를 꺼내 아구아도 연습 좀 다시 해야겠다. 망고레 음악을 들으며 마음먹고 청승 한번 떨어보고 싶은 밤이다.
  1. 까칠O양
    2011.03.28 09:32 신고
    저희 앞에서 연주회 한 번요^^







누군가가 Bach의 음악은 겨울에 어울린다고 했던가.. 겨울이 되면 Bach의 음율 하나하나가 떠다니는 듯한 착각을 줄 때가 있다. 그 중에서 오늘과 같이 눈이 오는 날에는 Chaconne가 떠오른다. 고등학교 때는 Albeniz에 반했었지만, 대학교 1학년 때 김태수 선생님이 녹음하여 주신 세고비아의 Chaconne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의 Albeniz를 뛰어넘는 전율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 이후로 가장 좋아하는 독주음악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Bach의 Chaconne를 꼽는다.


샤콘느(Chaconne)는 17-18세기에 기악곡으로 널리 사용됐지만 사실 유래는 프랑스와 스페인의 춤곡에서 비롯된 것으로 8개의 주제마디를 가지고 그것이 끊어지지 않은 범위내에서 계속 변주 되어서 연주되는 형태를 말한다. Bach와 함께 계속 비교되는 Vitali의 음악도 그렇듯이 춤곡이라고 보기에는 선율이 슬프고 비장한 면이 느껴진다.

이 샤콘느 양식의 특징은,

ⓛ 느린 3박자의 변주곡이라는 점
② 둘째 박이 강세라는 점
③ 저음 주제를 가진다는 점이다.
로 정리될 수가 있다.

브람스는 바하의 샤콘느에 대해 이렇게 글을 남기고 있다.

"... 샤콘느는 나에게 있어 가장 경이적이며 가장 신비로운 작품의 하나입니다. 그 작은 악기를 위해서 바흐는 그토록 심오한 사상과 가장 힘찬 감정의 세계 를 표현한 것입니다. 내 자신이 어쩌다가 영감을 얻어서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면 나는 너무나 벅찬 흥분과 감동으로 미쳐버리고 말았을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일류의 바이올리니스트가 가까이 없다면 그것을  그저 마음 속에서 울리게 해 보기만 해도 더할 수 없이 황홀한 음악이 샘솟을 겁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 독주로 많이 사용되던 이 Chaconne를 기타로 처음 편곡해서 연주했던 이가 세고비아이다. 또한 이 곡이 세고비아를 유명하게 만든 곡이기도 하다. 처음 연주했던 것은 1935년(당시 42세) 파리 연주회였는데, 너무나 완벽한 연주여서 토스카니니가 "이 곡은 바이올린의 특징을 잘 표현한 곡이지만 기타연주로 들으면 더 강한 정감을 느낀다"고 격찬을 했다고 한다.

세고비아가 편곡한 샤콘느는 크게 3부분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웅장한 베이스 음으로 시작하는 도입부는 샤콘느 특유의 3분 음표의 구성으로 아르페지오로 구성이 되어 있다. 중반부는 고요함으로 시작하여 화려한 기교가 나오는데 기타가 가지는 소리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으며, 마지막 부분은 변주로 구성되는데, 아르페지오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세고비아가 직접 연주의 특징은 완벽한 음악의 이해와 더불어 터치의 강렬함과 적적한 터치위치(Touch Point)의 변화로 기타가 가지는 약점을 최대한 살리고, 장점을 최대한 높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클래식 애호가들이 흔히 말하기를 Bach의 Chaconne가 Vitali보다 인지도가 낮은 이유는 플레이 타임이라고 한다. 20분에 육박하는 플레이 타임을 지치지 않고 연주하기란 쉽지가 않다. Youtube에서도 세고비아가 연주한 Chaconne의 음악은 파트가 1부, 2부로 나누어져있다. 하지만 듣는 이에게 이러한 몰입감을 주는 음악은 흔하지가 않다. 눈오는 늦은 겨울밤 한번쯤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오늘은 방한구석 하드케이스에 박혀있는 기타를 꺼내고 싶은 날이다.





  1. minupark
    2010.08.31 22:15 신고
    바하의 샤콘느 세고비아 연주는 언제 들어도 멋있죠... 저는 원곡인 바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 파르티타에 있는 샤콘느를 더 자주 듣습니다. 오르페오 레이블로 나온 드미트리 시트코베츠키 연주는 궁극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