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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놀이터와 같은 도서관, 느티나무 도서관

토요일 오전, 근처에 색다른 나들이 할 곳을 찾기 위해 검색을 하다가 '놀이터'라는 키워드를 사용해 검색을 해보았다. 우연히 '책이 있는 놀이터' 라는 제목의 블로그 포스팅을 발견했다. 포스팅 제목이나 내용을 보니 궁금하기도 하고,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가까운 곳이라 길을 나섰다.



도서관의 이름은 '느티나무 도서관'이었다. 다녀와서 검색을 해보니 관이 운영하는 곳이 아닌 개인이 사재를 털어 만든 '느티나무도서관재단'이 운영하는 민간도서관이었다. 그리고, 그 자유로운 구조와 놀이터와 같은 분위기, 봉사자들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도난방지시설'이 없다는 것 하나만으로 도서관 운영 철학을 이해할 수 있었다.


큰길에서는 살짝 벗어난 조용한 길목에 도서관이 위치해있다. 좁디 좁은 주차장과 다소 투박한 건물이 주는 첫인상은 강력하지 않지만 안에 구성된 시설과 분위기는 매우 향기로운 장소이다.


입구는 매우 아담하고, 지하 북카페로 들어가는 계단이 옆에 있다. 북카페 이름이 '전기요금'이라는데 조용한 미소를 머금게 되는데 들어가보면 책냄새 물씬나는 거대한 지식의 공간이 우리를 기다린다. 벽에는 '느티나무 도서관'을 후원하는 이들의 이름이 걸려있다.


시청이나 구청등에서 운영하는 딱딱한 분위기의 도서관과는 전혀 다른 공간이다. 자유롭게 책을 볼 수 있도록 그네가 있고, 책을 읽기 싫어하는 아이라도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곳곳에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구성되어 있다.


내부 구성은 1층과 2층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소파나, 계단, 그리고 책장 사이에 놓여져 있는 의자 등 아무 곳이나 앉아서 편하게 책을 볼 수 있게 구성됭 있다. 1층은 아이들과 엄마들이 독서할 수 있게끔 방이나 소파가 주로 있으며, 2층에는 중,고등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게끔 책상이 비치되어 있다.


단순히 책을 위한 공간만은 아니다. 2층의 한켠에는 DVD 방이 있는데, 편한한 소파와 함께 최신작들의 DVD를 빌려서 누구나 영화를 볼 수 있다. 다른 도서관처럼 DVD를 빌리기 위해 신분증을 맡기거나 대여장부에 이름을 작성할 필요가 없다. 그냥 집에서처럼 DVD를 골라서 마음껏 보기만 하면 된다.


지하 1층은 아이들이 뛰놀수 있는 놀이터와 북카페가 있다. 커다란 미끄럼틀을 시작으로 몇몇 탈거리가 있는데 토요일 오후여서인지 아이들이 굉장히 많았다. 아이들이 노는 공간 옆에는 테이블이 놓여 있어 부모들이 차를 마시면서 책을 볼 수 있다.


카페에서는 차와 함께 쿠키나 빵을 팔고 있었는데, 비싸지도 않고 맛도 좋다. 이곳의 수익금은 도서관의 운영비에 사용된다고 한다. 지하 1층의 건물안으로 들어가보면 마을소식지와 책을 서로 교환하거나 기증하는 공간들이 있어 마을의 소통 공간(Communication Hub)의 역할을 하는 듯 하다.


건물 3층에는 개방된 공간으로 책상이 있다고 하는데 올라가보지는 않았다. 들어올 때는 다소 투박하게 느껴졌던 건물이 둘러보고 나니 괜한 애정이 생긴다. 가을의 청명한 하늘과 웬지 어울리는 공간이다. 집에 멀지도 않아서 주말에 작업할 일이 있으면 종종 이용을 할 계획이다. 웬지 아름다운 보물을 발견한 느낌이 괜한 호들갑은 아니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