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읽는 손자병법

사는 이야기 Posted at 2012. 2. 4. 17:19
의도치 않게 개인적인 사정으로 휴가를 내고 집에서 쉬고 있다. 여행이나 밖을 돌아다닐 수 없다 보니 이번 휴가의 테마를 정의하기가 쉽지 않았다. 길게 생각하지 않고 'Off Line'으로 정하기로 했다. 최소한의 온라인 활동은 어쩔 수 없지만 '정보에 대한 끝없는 식탐'을 긴 휴가기간 동안 집에서까지 재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마나 지키런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잘 실행하고 있는 것 같다.


시간이 여유롭다 보니 어울리지 않게 어색한 것도 해보게 된다. 다름아닌 독서를 하는 것이다. 가장 먼저 도전한 책이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흐름출판)' 이다. 작년 가을에 선물받은 책인데 여러번 도전했으나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다. 스토리 텔링을 강조하는 나에게는 개인적으로 다소 부담되는 흐름이었으나 결국 완독에 성공을 했다.

'손자병법'은 누구나 다 아는 전쟁에 관한 병법서이다. 예전의 전쟁이 '창과 칼'로 이루어 졌다면 지금은 '문화와 콘텐츠'로 하는 것일 뿐, 크게 다르지 않아 현실에 적용할만한 것들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재미있거나 새로운 감동을 받지는 못했지만 원론적인 내용과 삶의 지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단편적인 주제와 다양한 사례를 들어주는 책이기 때문에 독후감을 쓰기에는 적절치는 않다. 다만, 몇가지 내용 중 유난히 개인적으로 공감하는 부분이 있어 공유를 하고자 한다. 전체 내용의 경중과는 무관한 사견이니 이 점을 감안하기를 바란다.


1. 버릴 줄 알아야 한다.

잭 웰치가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을 처음 썼을 때는 그 뜻을 정확히 알고 사용했다. "세계 시장에서 현재 1위를 하고 있거나, 곧 1위를 할 수 있는 사업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때려 치워라" (중략)
뭔가를 선택한다는 건 다른 무엇인가를 버린다는 뜻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버리기에는 욕심이 너무 많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허울 좋은 구호만 남고, 실제로는 모든 것을 선택하고 모든 것에 집중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누군가에게 집을 잘 정리하는 방법을 물어보니 "잘 버리는 것이 정리의 시작입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변화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레거시(Legacy)를 선태하고 과감히 버려야 한다. 개인적으로 참 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거대 조직에서 이 장점이 표출되는 것은 쉽지 않다. 나는 회사에서 "XX는 포기해야해(본인의 주변인들은 XX가 뭔지 잘 알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이는 농담이 아니다.


2. 선점과 실행력이 중요하다.

쟁지는 나는 물론이고 적도 갖고싶은 땅이다. "건너다 보니 절터"라는 말이 있다. 지나가다가 이곳에 절을 지으면 참 좋겠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절이 있던 자리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보는 눈은 다 비슷하다. 내가 갖고 싶은 땅은 남도 갖고 싶은 법이다. 그래서 쟁지는 싸움이 나기 쉽고, 대부분 이곳에서 일어난다. 쟁지에서는 자리 선점이 중요하다.

서비스에 대한 고민과 전략을 하다보면 정말 세상 사람들의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에 공감할 수 밖에 없다. 모두가 그만그만한 고민을 하고 비슷한 서비스를 만들어 낸다. 트렌드의 변화를 아는 것은 더 이상 인사이트가 아니다. 먼저 만들어낼 수 있는 실행력이 중요하다. 회사내의 자질구레한 프로세스와 문서 작업, 설득을 위한 차별화를 찾아내다 보면 선점은 빼앗기기 마련이다. 대형 기업에서 '혁신'이 나오기가 힘든 이유이다.


3. 명분이 전부가 아니다.

명분에는 3가지 약점이 있다. 첫째는 사람의 생각이라는게 쉽게 바뀌지 않으므로 설득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시간과 공을 충분히 들였는데도 설득되지 않을 때가 다반사다. 중국 속담집 <현문>에 이르길 "사람마다 마음이 있고, 마음마다 보는 게 있다". 무조건 싫어하는 사람은 논리적으로 설득이 안된다. 셋째, 명분이란 대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경우가 많아 설득이 반대 논리에 힘을 실어주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한마디로 명분을 통한 설득은 번거롭고 피곤하다.

내부 설득만큼 어려운 것은 없다. 아무리 데이터를 만들고 시장의 흐름을 보여주어도 주관적일 뿐이다. 어쩌면 스스로 조직내에서 옆사람의 도움없이도 가능한 실행력을 갖추고 달려가는 것이 편할 수도 있겠다. '명분'과 '논리'만을 앞세우는 조직 안에서는 새로운 일이 추진되는 것이 불가능하다. 세상 일은 숫자와 이성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4. 때로는 항명도 필요하다.

손자의 시대에는 임금이 전쟁터의 상황을 자세히 알 수가 없었다. 따라서 임금의 명령이라고 곧이곧대로 따라갔다가는 승리를 목전에 두고도 패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장수는 처음부터 임금이 전투 중간에 명령체계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출전한다.

수많은 데이터를 만들어 가면서 하고자 하는 일을 하는 것은 힘들지만 상사에게 말도 안되는 업무가 떨어지면서 너무도 쉽게 일이 진행되기도 한다. 어느 조직이나 어느 상사에게나 매우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스스로 확신이 없는  프로젝트는 객관적인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자신이 맡으면 안된다. '임금'의 비위를 상하지 않게 거절할 줄도 알아야 한다.


5.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

절대 권력자는 침묵으로 말한다. 긍정도 침묵, 부정도 침묵이다. 그 침묵을 긍정으로 해석해도 좋고 부정으로 해석해도 좋다. 단, 그 해석의 책임은 죽음이다. 그래서 절대 권력자는 무섭다. 이런 까닭에 절대 권력자 밑에는 절대 권력의 뜻을 해석한다는 핑계로 기생하는 측근이 있고, 그들로 인해 부정과 부패가 싹트고 자란다.

장수의 말은 명쾌해야 한다. 다른 뜻으로 해석되면 다른 명령이 되고, 이는 작전의 혼란으로 이어져 패전이라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래서 장수의 명령은 간단명료해야 한다. 해석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 누군가 다른 해석을 했다면 불분명한 명령을 내린 장수의 책임이다.

커뮤니케이션 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불분명한 업무 지시를 자주 받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은 거칠 수록 왜곡되고 본질이 변질되기 마련이다. 직접 임금의 의도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하기 싫은데 사장님이 시켜서 어쩔 수 없네요."라는 상사의 말을 너무 믿지는 말자.







미래 책의 모습

IT 이야기 Posted at 2010. 11. 22. 13:45


IDEO애서 정리한 3개의 컨셉북. Nelson, Coupland, Alice의 컨셉북을 각각 동영상으로 정리했다. 크게 다르다는 느낌은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Social의 특징이 조금 강조되는 Coupland 컨셉에 호감이 간다.



위는 iPad용으로 나와 있는 3D Story Book. 아래는 책에 AR를 접목한 프로트타입들 몇가지~ 컨텐츠의 차별화가 아쉽긴 하지만 Wow가 있는 것 만큼은 사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블로그가 있다. 바로 'Talk about Software with hani' 이다. 좋아하는 블로그라는 것과 자주 가는 블로그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정보나 현재 이슈에 대한 반응를 얻기 위해 RSS Reader에 추가된 수많은 블로그 들이 있지만 정보를 얻는 것에만 만족하는 블로그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것도 '미디어 Like'한 블로그들의 패러다임에 대한 삐딱한 시선이라면 그런 것 같다.

그에 반해 hani님의 블로그는 Issue Follow up과는 거리가 멀고 본인이 겪었던 일을 토대로 진솔하고 재미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곳이다. 사실 SI위주의 Story나 애자일 이야기와 같은 것은 Stand alone Project에 익숙한 모바일쟁이에게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것 같지만 모든 진리는 통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 안에서 적용할 거리와 '접근성'에 대해서 느끼는 바가 많다. 입만 커다란 Big Mouth보다는 hani님의 블로그가 훨씬 더 소중한 글도 많고, 진정한 '파워 블로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약 한달전, hani님이 책을 내었다. 팀내의 Management 기법이야 SI와 젊다못해 어린 모바일쟁이를 관리하는 것은 사실 많은 차이가 있고, 가끔씩 나는 타고난 'Manager'란 생각을 하는 바라(쿨럭.. -.-;;;;) 필독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매일같이 얻어가는 블로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기에 얼마전 교보 문고를 향했다.

이런.... 책을 사려고 서점에 온게 10년은 넘은 것 같다. 다행히 들어가자마자 검색할 수 있는 컴퓨터가 있기에 헤매지 않고 검색을 해보았다. 다행히 재고는 남아 있었고, 책이 있는 섹션으로 발을 옮겼다.


이런... 의외다.. 그리고 검색해보기를 잘했다. IT Section이 아니고 경영학에 있는 리더십 섹션이다. hani님이 경영학 책을? 설마? hani님.. 교보 문고에 뭘 잘못 하셨나요...? 라고 혼잣말을 하고 책장을 보니 진짜 교보문고와 사이가 안좋은건가 하는 쓸데없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책이 꽃혀 있는게 아니고 눕혀있는 것이다.


책값을 지불하고 나왔다. 요즘 출퇴근 시간이 하도 길어서 이 책을 출퇴근 시간 하루를 투자해서 다 읽어버렸다. 아날로그 책에 익숙하지 못한 mobizen 치곤 놀랄 만한 일이다. ^^

책 을 읽으면서 내내 판타지 소설 '탐그루'가 생각이 났다. '탐그루'는 하나의 책에서 두개의 스토리가 병렬로 진행되는 다소 특이한 구성을 가지고 있는데 정말 재미나게 읽은 책이다. hani님의 '도와주세요! 팀장이 됐어요'도 역시 병렬 구성은 아니지만 두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앞부분은 소설 형태로 팀장의 프로젝트 관리에 대한 Fiction을 다루고 있고, 뒷부분은 실제 기법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hani님에게는 Analog책 역시 하나의 Blogging 이었나보다.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잘 정리된 포스팅을 읽은 느낌이다. 간간히 나오는 예문이나 강조하는 이야기 역시 평소 hani님 블로그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전반부의 소설은 프로젝트의 규모를 떠나서 팀을 맞고 있는 팀원이라면 겪을만한 이야기를 다양하게 접근해주고 있다. 묵묵하지만 냉정하게 판단을 해주는 팀원, 사사건건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팀원, 무엇을 할 줄 몰라서 허둥되는 팀원, 외부의 요인, 정치 이슈.. 이러한 요소들을 'Communication'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접근을 하고 있다. hani님이 강조한 'Communication' 이야기 중에 가장 공감가는 이야기는 아래와 같다.

"대화의 기본은 이해죠. 이해를 하려면 정보가 필요하고, 정보를 기초로 상대의 입장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복한 세상이 되려면 사람들이 대화를 잘해야 하고, 자신의 이익과 상대방의 이익을 동시에 도모하려면 훌륭한 협상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팀장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대화하는 법을 잘 알아야 한다는 hani님의 글에 백배 공감이다.

이 책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한가지 아쉬운 점은 '실패할 수 밖에 없는 프로젝트'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어느 팀장이나, 어느 PL이나 실패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팀장이라는 직책은 때로는 매정할 정도의 판단력이 있어야 한다. 세상에는 '실패할 수 밖에 없는 프로젝트'라는게 분명히 존재하고, 그러한 상황에서 팀장은 팀과 회사에 최대한 피해가 안가게끔 행동을 해야 한다. 실패할 프로젝트에서는 조금이라도 빨리 '백기'를 드는게 현명할 때가 있다.

3-4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며, 책의 앞 이야기와 뒤 이야기는 hani님의 블로그를 통해서 계속해서 이어지므로 팀장 여부를 떠나서 한번씩 읽어볼만한 책이다. 특히, hani님의 블로그를 통해 많은 것을 느낀 독자라면 필독서이다. 이 책은 hani님 블로깅의 연장선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