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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야기

기타사기 미션

대학교 1학년 때 동아리(클래식 기타 합주단) MT를 갔는데 선배가 "10년 후에 너희 중에 대부분은 기타를 치고 있지 않을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음대에서 기타를 전공하고 싶어했던 나로서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이야기였다.

그 당시 귀 담아 듣지도 않았던 이야기가 요즘 왜 자꾸 생각나는지 신기하다.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기타를 손에 잡은지 꽤 되어버렸다. 먹고 살것을 걱정하는 것을 보니 이제 어른이 되어버렸나 보다. 바흐와 비발디를 논하며 준비하던 연주회와 메탈리카와 랜디 로드의 속주에 감동 먹었던 신림동 음악 학원에서의 연습시간은 추억 저만치에 묻어져 있다.


지난 주에 집안 형님에게 갑자기 전화가 왔다. 교회에서 쓸 일이 있으니 기타 하나를 사서 보내달라는 부탁이었다. 미루고 미루다가 어제 재촉 전화를 받았다. 결국, 일요일 오후에 인터넷 검색을 하여 분당에 있는 '동신악기'를 찾아갔다. 악기를 고르는 것은 한 7~8년만인 듯 싶다. 희안하리만큼 가격에 비해 소리가 다 별로이다.

고르는 것마다 튜닝이 잘 되지 않거나 고음에서 음이 찢어지는 것 투성이다. 생각해보니 나에게 악기 가격 기준은 7~8년 전이기 때문인 듯 하다. 그 사이에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보니 20~30만원대 기타 사운드가 마음에 들리가 만무하다. 한 녀석이 사운드가 마음에 드는데 넥쪽의 줄이 떠 있어서 고민이 생겼다. 사장님이 보시더니 그 부분은 수리가 가능하다고 즉석에서 고쳐 주신다. 결국 60만원이라고 적혀져 있는 가격표를 50만원에 구매했다.


오랜만에 악기점에 갔더니 잊었던 감각이 다시 살아난다. 그래... 예전에 내가 그렇게 열정적으로 매달렸던 것이 있었구나.. 먹고 사는게 다는 아닌데 말이지... 근 4~5년만에 기타를 잡아 운지는 예전만 않지만 피킹은 나쁘지 않은 듯 하다. 오른손 터치는 다시 교정을 좀 해야겠다.

나름 사업 제휴도 해보고 큰딜도 하는 위치라 빈말에 크게 마음이 움직이지 않지만 오늘 악기점 사장님이 "진짜 잘 치시네요."라는 말에 괜히 호기도 생겨본다. 하드 케이스 안에 있는 기타를 꺼내 아구아도 연습 좀 다시 해야겠다. 망고레 음악을 들으며 마음먹고 청승 한번 떨어보고 싶은 밤이다.